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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이야기 - 1. F4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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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들끼리 다 같이 모이기 힘들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조금은 이른 발언일까. 그렇다고 하기에 우리 넷은 4년 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 나이대의 남자들에게는 어쩌면 자주 있는 일일 수도 있다.
 
'군대'라는 요소가 지난 4년간 4명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없게 한 가장 큰 요인이었다. 군 입대 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되면서 약 6개월의 간격을 두고 입대했기에 '군인'신분으로 휴가를 맞추고 서로 약속을 잡아 모이기란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결국 시간이 흘러 전부 민간인의 신분이 되었지만 점점 조여오는 취업의 압박과 학점, 등록금에 대한 부담감이 바쁜 일정을 만들고 얼굴 한번 보기 힘든 현실을 만들었다. 둘이나 셋이 모이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그래도 둘이 보는 게 가장 편했다.).
 
어느 날 언제 넷이 모이냐는 한 친구의 말에 오기가 생긴 걸까. 우리 넷은 '그래. 언제까지 둘, 셋씩 모이냐 한번 넷이서 만나야지. 우리 넷이 한 자리에 모였던 게 벌써 4년이나 됐네.' 라는 말과 함께 일정을 조정하고 마침내 넷이 볼 수 있는 날을 만들었다(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결국 넷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던 건 귀찮음과 핑계로 얼룩진 구라의 향연 때문이었다.).
 
오늘은 그 역사적인 날이었다. 조금 이상할 수도 있지만 뭔가 셋이 만날 때와는 다른 들뜬 기분에 소개팅 나가는 사람처럼 설렌다. 평소에 지각을 일삼던 놈들이 오늘따라 10분전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남기는 것에 '요놈들도 나랑 같은 마음이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요놈들이 늦을 줄 알고 여유있게 출발해 마지막으로 도착하게 된 나를 놀리는 녀석들의 문자를 보자 내일은 해가 반드시 서쪽으로 뜨다가 지구로 떨어지겠구나 하는 이상한 상상과 함께 대견스러운 마음이.. 비교하자면 발톱의 때만큼, 아니 그 분자만큼 아주 조금.. 들었다.
 
나는 약속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사람이었지만 딱 한번 늦은 나를 대역죄인 취급하는 이놈들을 어떻게 타격해야 죽기 직전까지 만들어놓을지 방법들을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진다. 역시 난 좀 또라이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역시 '구슬치기'다. 말 안해도 어느 부위를 타격할지는 다 예상하리라. 물론 잘못하다간 21세기 내시가 될 수 있겠지만 고등학교 때 위험하지 않을 만큼의 강도로 몇 백 번을 쳐봤던 손목스냅의 기억이 아직 살아 있다면 잠깐 아랫배가 겁나 땡기고 꼬리뼈 부분을 툭툭 쳐주는 정도로 금방 회복할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약속장소가 보였다. 이곳을 강력 추천하던 친구의 말로는 '죽여준다'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데 과연 가게가 죽여줄지 내가 그 놈을 죽여줄지는 들어가 봐야 알 것같다. 이놈이 추천하는 장소가 반반의 확률이라 믿기지는 않았지만 마땅히 다른 장소를 생각해보지 않았던 우리는 놈의 의견에 맞춰주기로 했다.
 
이럴수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엘리베이터가 고장.. 벌써부터 4층에 위치한 약속장소까지 올라갈 생각을 하니 자연스레 손목을 풀고 있는 모습이 엘리베이터 문에 비쳐 보였다.
 
힘겹게 4층까지 올라가니 드디어 고지가 보였다. 이렇게 힘겹게 올라왔는데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오늘은 힘을 좀 더 써서 구슬 하나를 깨볼 생각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은은한 조명과 자리마다 배치된 형형색색의 발들 그리고 테이블마다 마련된 향초들이 분위기를 조성했다. 여자들끼리 오건 연인들끼리 오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 은은한 분위기에 내심 만족했다.
 
'가끔은 허름한 전집이나 단골 치킨 집보다는 이런 분위기도 나쁘지 않네'
 
창문 쪽에 있다는 놈들의 문자에 창문 쪽 테이블을 훑어보니 손을 들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한 걸음에 '이렇게 넷이 모인 게 얼마만이야'하며 손을 내민다.
 
"그러게 어느 지각생 한 명만 없었어도 메뉴는 벌써 시켰을 텐데"
 
심기를 건드리는 놈의 말에 머리보다 손목이 먼저 반응해버렸다. 단발의 비명소리만을 남기고 쓰러져있는 놈 하며. '에휴~등신'하면서 꼬리뼈를 쳐주고 있는 한 놈 덕에 악수는 한번밖에 하지 못하고 자리에 앉았다.
 
오늘 모인 네 명은 고등학교 때부터 쭉 붙어다니던 자칭 F4였다. 나는 구준표였다... 미안하다 Fuck 4라고 정정하겠다.
 
내 옆에 앉아있는 이놈은 '정상형'. 온 몸이 근육덩어리로 날렵하게 다져진 놈이다. 꼬리뼈를 열심히 쳐주고 있는 놈은 '채희준'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꽃미남과다. 단지 단점이 있다면... 머리의 일부분 퇴화되서 살이 노출된다는 점? 항상 가발로 머리를 가리고 다닌다. 책상 밑에서 조용히 고통과 싸우고 있는 놈은 '박용빈' 통통한 외모에 까불거리는 게 개그맨 뺨을 때릴 놈이다. 그 덕에 저런 모습이 자주 연출되기는 했지만
 
"야 진짜 우리 넷이 이렇게 보는 게 얼마만이냐!"
 
"그러게 둘, 셋씩 보다가 이렇게 다 모이니까 진짜 좋다."
 
그 때 용빈이 어느샌가 책상위로 눈만 빼꼼 올리고선 까불었다.
 
"그러게 지각하는 저 시간개념 없는 애만 빨리 왔어도 더 좋았을텐데"
 
용빈의 말에 대답대신 조용히 손목을 돌려주자 '크흠' 하는 헛기침을 하고선 모르는 척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참! 내 소개를 깜빡했다. 내 이름은 '강혁모' 그리고... 내 입으로 나를 설명하는 건 조금 부끄럽지만 들리는 칭찬에 의하면 목소리가 저음이고 어른스러운 매력이 있다고 한다. 그 칭찬을 듣고 있을 때 용빈이가 '한마디로 아저씨 같다는 말이네' 라고 말하는 바람에 길바닥에 아랫배를 부여잡고 쓰러졌던 적이 있다. 나한테 겁나 맞았는데도 저렇게 잘 살아 있는걸 보면 구슬이 보통 구슬은 아닐 거다.
 
남자들의 술자리가 시작되고 언제나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 군대이야기에서 여자이야기 그리고 취업이야기가 나오고 막막한 가슴에 알코올을 들이붓다가 사이 좋게 전봇대나 골목에 피자 네 판을 깔아놓고 집에 가서 쓰러져 자는 그런 일상적인 패턴 말이다.


용빈이의 전 여친

"그러고보니 그 이야기 좀 해줘라"
 
상형이 용빈에게 말했다.
 
"응? 뭐?"
 
"아 왜 그 있잖아. 너 고등학교 때 사귄 여친"
 
"그게 왜?"
 
"지금껏 사진이나 이야기 한번 들어본 적이 없었잖아."
 
그때 희준이 끼어들었다.
 
"아 맞아! 걔! 너가 예전에 꽁꽁 숨기면서 어른의 계단을 밟아보지 못한 어린이들은 신경쓸 거 없다고 군대 갔다오면 썰 풀어준다고 했잖아."
 
"맞아. 근데 네 명이 안 모였다고 끝까지 숨기더니"
 
이런... 이놈들이 네명이 모이자고 한 목적이 보였다. 평소에 내가 바빠 모일 때 자주 없었는데 일정을 내 위주로 맞춰준 것에 의심을 품었었다. 이럴 놈들이 아닌데 지나친 친절이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었다. 이놈들은 자신들이 실수 한 것을 모르는 지 대화를 이어갔다.
 
"만날 때마다 변명하면서 피해갔지만 이제 빠져나갈 구멍도 없다!"
 
둘의 부추김에 용빈은 잠시 생각하더니 힘겹게 입을 뗐다.
 
"그래. 이정도 묵혔으면 이제 풀어놓을 때가 됐다. 나의 화려한 성 생활은 비밀로 해 두고 싶었는데... 대신! 존나 재밌으니까 혁모 니가 나중에 기억했다가 소설로 한번 써봐라"
 
용빈은 나의 옛날 이야기를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다. 언젠가 소설을 써보는 게 꿈이라고 입에 달고 다녔던 말을 기억해 낸 용빈이 자기 이야기를 글로 써달라는 말에 코웃음을 쳤다.
 
"야! 니가 아무리 이빨 털기의 제왕이라고 한들 떡치고 다닌 게 얼마나 재밌겠냐?"
 
나의 무시에 화가 난 듯 용빈의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이게 무시하네 진짜 겁나 재밌으니까 들어보고 만족할만한 이야기면 써라. 난 그 정도로 자신있다."
 
용빈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호기심이 발동해 빨리 시작해 보라는 친구들의 재촉이 이어졌고 용빈이 한가지 제안을 더 했다.
 
"그리고 니네들도 여친 다 있었었잖아. 내가 다 한번씩은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내 이야기만 들을게 아니라 너네도 하나씩 풀어놔야 된다."
 
희준과 상형이 그런 건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 빨리 시작하라는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나도 기대가 된다. 이놈이 이야기 한 번 하면 엄청나게 재밌는데다가 유일하게 하지 않는 이야기가 여친과의 사생활 아니 성생활이였다. 사랑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추억을 더럽힐 수 없다나? 우리가 겁나게 추궁해도 꿋꿋하게 자기 철학을 고수했던 놈이라 이런 기회가 생길 줄은 몰랐다. 그만큼 오랜만에 만나서 좋다는 뜻이겠지.
 
그러고 보니 이런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끔 술이 많이 들어가 기분좋 게 취했을 때 한 두 세 번?정도 이야기를 시작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미 갈 때까지 가버린 때라 시작도 하기 전에 끊겨버렸었다.
 
"너희도 알겠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였지.. 날짜도 기억한다. 이 엉님이 어른의 세계로 발을 들였던 12월 23일..."


산딸기 이야기 2. 용빈이의 연애 1
▶ http://goo.gl/baUauE
산딸기
맛있는 글을 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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