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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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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내일 그대와]

정말 짧게 느껴지는 봄이 가고, 이제 서서히 여름이 오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여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이지만, 그래서 매번 여름이 오기 전에 짜증부터 나는 사람 중에 하나였지만, 그 때 만큼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가 들떠 있었다.
 
나와 마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그녀와 많이 만나게 된 것도 아니었다. 예전과 똑같이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했고 마리는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틈틈이 공부를 했다. 예전과 똑같이 그녀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마리의 일터에 찾아가 그녀를 태우고 집으로 갔다. 하지만 사귀는 사이가 되자 메일은 더 각별하고 애틋해 졌고, 차 안에서 데이트는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해도 끝나지 않고 같이 차 안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다가, 너무 늦어져 버린 시간에 서로 화들짝 놀라 집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뭘 그렇게 희번득 대면서 웃고 앉았어. 기분 나쁘게.”
 
사장님은 나를 보며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지만 나는 연애를 시작한 자의 여유 있는 미소로 응수했다. 대부분 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일본의 술집이나 식당은 2월부터 4월이 비수기인 경우가 많았다. 연말연시에 많은 소비를 하기 때문에, 2월 부터는 회식이나 술자리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 비수기가 끝나감에 따라 손님은 다시 조금씩 늘어났고, 사장님이 나를 찾는 일도 늘어났다. 사장님은 무슨 축구팀 구단주도 아니고 주급으로 주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아예 월급 형태로 봉투에 넣어서 월 마지막 날에 넣어 주셨다.
 
“옛다.”
 
사장님은 오늘도 시크하게 봉투를 던졌다. 나는 슬쩍 그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장님께 물었다.
 
“좀 많은데요?”
“많이 줘도 지랄이여.”
“아니. 잘못 넣으신 거 아닌가 싶어서요. 이래 놓고 도난 신고 하실 수도 있는 분이라서.”
“저 비비다 만 산채 비빔밥 같이 생긴 놈이 말하는 거 보소.”
“……그건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건데요.”
“시끄럽고 넣어 둬. 보너스야.”
 
내가 일하던 가게는 단골 손님이 꽤 많은 편이었고, 그들은 대부분 거스름돈을 잘 받지 않는 손님들이 많았다.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신기하게 천엔, 이천엔 정도도 안 받고 그냥 쿨하게 가는 손님들이 제법 있었다. 알고 보니, 사장님은 그런 자투리 잔돈들을 모아 내 보너스로 챙겨준 것이었다.
 
“사장님……사……사라……그냥 좋아합니다.”
“시끄러. 요새 거지 같은 일들 겪고 있는 거 같길래 넣은 거야. 술이나 사 먹으라고. 다음달엔 얄짤없어.”
 
한국 커뮤니티에서 돌았던, 나를 괴롭혔던 근거 없는 헛소문에 관한 이야기 인 듯했다. 나는 웃으며 정말 괜찮다고 말했고, 사장님은 그런 나를 빤히 보더니 다시금 한게임 고스톱에 열중하셨다.
 
“아 그리고 사장님. 언제 한 번 떡볶이 맛있게 만드는 법 좀 알려주세요.”
“그건 왜? 여자친구가 해 달라디?”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제가 해 주려구요.”
“나한테나 좀 그래봐라. “
“라면 하나 끓여 드릴까요?”
“한 대 걷어 차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장님은 멸치 육수에 떡볶이를 하면 맛있다고 가르쳐주면서 시크하지만 친절하게 양념장 레시피도 적어 주었다. 나는 언젠가 마리에게 꼭 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사장님께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사장님은 늘 이런식으로 나를 챙겨 주었는데, 훗날 다른 한국 사람에게 들은 것이지만 알고 보니 원래 나 만한 아들이 있었다고 했다. 키가 190이 넘는 덩치에 유도를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었고, 그 이후에 일본에 와서 온갖 고생을 해서 저렇게 걸걸한 성격이 되었다고 했다. 아마도 취할 때마다 나를 불러 묻는 잘못된 그 질문들은, 그 아들에 관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조금 가슴이 아팠다.
 
“오늘 데이트하냐?”
“어떻게 아셨어요?”
“얼굴에 써 있네. 게다가 빨리 퇴근한다고 지랄을 하는데 어떻게 몰라. ”
“손님도 없는데 좋잖아요. 헤헤.”
“애교 부리지마 토할 거 같아. “
“……”
“아 그리고.”
 
막 칼 같은 퇴근을 하려고 하는 찰나, 사장님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콘돔 꼭 써라. 후회하지 말고.”
“……저 사귀고 하는 첫 데이트인데요.”
“데이트가 처음이지 만나는 건 처음 아니잖아. 혹시 모르는 거야 준비해라. “
“하하하. 참 나 사장님도……”
 
사장님 말 대로, 보너스를 받은 그날은 마리와의 공식적인 첫 데이트 날이었다. 마리도 나도, 저녁 7시에 퇴근을 해서 약속 장소로 갔다. 차에 미리 옷을 가져와 갈아입기는 했지만, 일하다가 와서 꼬질한 얼굴까지는 갈아입을 수가 없었다. 마리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장님의 마지막을 웃어 넘겼지만, 정말, 아주 정말 혹시 모른다라는 생각에 편의점에 들러 콘돔을 구입했다. 얇은 걸로 오네가이시마스.
 
그녀와 나는 센다이의 시내에서 만났다. 센다이 역 안에 스타벅스가 있는데, 그 앞에 조금 넓은 공간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약속장소로 애용되었다. 남을 기다리게 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 탓에, 나는 역시나 마리보다 훨씬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쇼윈도에 나를 비춰 보거나 괜히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기요. 뭐 하세요?”
 
등 뒤에서 들리는 마리의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생글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약속시간 딱 맞췄는데,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마리가 퇴근하고 나서 몇 번이나 바래다 줬었지만, 오늘 처럼 화사한 복장은 처음이었다. 조금 짧은 듯한 치마에, 몸에 딱 붙는 칠부 소매의 니트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예쁘게 묶어 올리고, 평소보다 화장도 더 진했다. 전체적으로 파스텔 톤 느낌이 드는 듯한, 데이트라고 힘일 뽝! 하고 준 그 모습에 가슴이 뛰면서도 나도 좀 더 꾸밀 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빤히 봐?”
 
나는 그녀의 되물음에 그냥 웃어 버렸다. 나는 손을 뻗었고, 그녀는 조심스레 내 손을 잡았다. 내 큰 손 사이로 그녀의 작은 손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첫 데이트는 저녁 시간이었고, 조금 길어진 해 덕분에 노을이 빌딩 사이에 걸려 있었다. 미안하게도, 그녀는 이미 식당을 예약을 해 둔 뒤였다. 센다이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고층 빌딩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식당이었고, 이탈리안 요리였다.
 
시작하는 연인들이 다 그렇듯, 우리는 조심스럽게 서로의 관심사와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것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즐거운 일이었다.
 
사실, 외형적인 면만 보면 우리는 서로가 이상형이 아니었다. 물론 마리는 고양이상의 예쁜 아이었지만, 나는 강아지 상에 작고 통통한 사람을 좋아했다. 반대로, 마리는 175정도의 적당한 키에, 슬림하고 눈웃음이 있는 남자를 좋아했다. 정말이지 내 반대말만 모아 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훗날 2PM이라는 가수가 일본에 진출해서 차트를 씹어 먹을 때, 그녀는 준호라는 맴버를 엄청 좋아했다. 그 맴버와 나의 같은 점이라곤 남자라는 점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에게 급격하게 빠져들었다. 첫 데이트가 아니라, 정말 사귄지 몇 달은 된 것 처럼 우리는 애정을 표현했다. 그런 것들에 서로 신기하다며 웃고, 정말 오그라들지만 왜 서로를 좋아하는 지 경쟁하 듯 이유를 대며 서로를 보고 웃고 떠들었다.
 
그날 음식은 뭐가 나왔는지, 맛있었는지 어땠는지의 기억은 사실 나지 않았다. 그날 마리와 마주보고 나눴던 대화들과, 두근두근했던 순간들, 수시로 내 손을 잡아주던 그녀의 작고 하얀 손과, 묶어 올린 머리 밑으로 보였던 가는 목선 등 만이, 사진을 찍어 저장한 것처럼 내 뇌리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근데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뭔데?”
“왜 발레를 그만뒀는지 알고 싶어. 말하기 힘든 거면 어쩔수 없지만.”
“아냐. 별 것 아닌데 뭐. 나 발목을 크게 다쳤거든.”
“아……정말?”
“물론 일상생활에는 지장은 없지만, 현역 발레리나로서는 표현에 한계가 있는 정도.”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는 웃고 있었지만 마냥 밝아 보이진 않았다.
 
“사실 많이 힘들긴 했었어. 난 여섯살때부터 장래희망에 발레리나를 적었었고, 이제 그걸 다시는 할 수 없는 거니까.”
“괜히 물어본 것 같아. 그냥 알고 싶었던 건데.”
“괜찮아! 다시 일본에 돌아와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오빠도 만났잖아.”
 
마리는 잡고 있던 내 손에 힘을 주었다. 나 역시 쓰다듬듯 그녀의 손등을 엄지 손가락으로 간지럽혔다.
 
“나는 사실 좋은 사람은 만나지 못할 줄 알았어. 만났던 사람들이 다……별로 였거든.”
“아……그래?”
 
어떻게 별로 였는데? 라고 묻기에는 안 좋은 기억을 더 발굴해 나가는 것만 같아서 묻지 않았다.
 
“응.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어. 대쉬 하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거절하고. 그냥 좋은 사람은 만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만 했어.”
 
누가 들으면 잘난 척 한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태연하게 이야기 할 정도로 마리에게는 회원들이나 어찌어찌 알게 된 주변인들, 그리고 길거리에서 처음 본 남자들로부터의 대쉬가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것을 알지 못했지만, 우리가 사귀는 동안에 나 한테 직접 찾아온 놈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나는 나 역시 거절당할 줄 알았는데.”
 
“왜 오빠가 거절을 당해?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선택 받은 거지.”
 
아……어쩜 말도 저렇게 예쁘게 한 단 말인가. 남자 꼬시는 학원이라도 다니는 걸까? 정말 여자에게 취한다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오빠는 여자친구 사귀면 뭘 해보고 싶었어?”
 
갑작스런 그녀의 질문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마음속의 악마는 ‘너네 자취방에 가고 싶다고 해! 준비물도 챙겼잖아. 초박형으로…’ 라고 말을 하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이성이 아직 남아 있어 나는 그 말을 입에 내뱉지 않았다.
 
“그냥 지금도 좋은데."
“그럼 첫 데이트에는 뭘 하려고 했는데?”
“그거야 초박……아니 그냥 밥 먹고, 사진도 찍고, 커피도 마시고……”
“사진?”
“보통 같이 찍지 않나?”
 
내 말에 마리는 귀엽다는 듯이 웃었다. 그녀는 창 밖으로 보이는 센다이 역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이따가 저 앞에 있는 프리를 같이 찍자.”
“정말?”
 
프리(プリ)란, 흔히 말하는 스티커 사진 기계를 말하는 것이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조금 죽기는 했지만, 일본에서는 친구들끼리 연인들끼리 프리를 자주 찍었고, 어딜 가나 그 기계가 있는 매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때였다.
 
“그럼 마리는 뭐가 하고 싶었어?”
“음……나는 사실 반쯤 이뤘지만, 같이 야경을 보고 싶었어.”
 
눈 까지 반짝 거리며 말하는 것을 보니 그녀의 말은 짐심인 것 같았다. 마침 우리는 식사를 거의 마친 상태였고, 나는 마리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레스토랑은 건물 꼭대기에 있었고, 입구를 나오면 엘리베이터 홀에 야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 같은 공간이 있었다. 커다란 창문 덕분에, 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센다이의 야경이 눈 안에 들어오는, 낭만 이라고는 1도 없는 나 같은 놈도 감탄할 만한 광경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그녀는 신이 나서 나를 잡아 끌고 창문 쪽으로 향했고, 우리는 난간에 기대어 말 없이 창 밖을 바라보았다.
 
건물과 상점들, 그리고 차들의 조명이 만들어내는 빛무리 때문에, 마리의 눈은 더욱 더 반짝여 보였다. 나는 그녀의 뒤에 서 있다가, 조금 용기를 내어 그녀의 작은 어깨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녀는 조금 놀란 듯 움찔했지만, 이내 손을 들어 자신의 어깨를 감싼 내 팔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지금 막 시작한 연인의 몸은 너무나 민감하고 예민해서, 그런 작은 자극에도 몸에 털이 쫙 하고 서버리는 듯한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끌어안은 그녀의 목에서 과일 향 같은 냄새가 나서 입을 맞추고 싶어 졌지만, 나는 꾹 참고 그녀의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마리가 간지럽다는 듯이 고개를 비틀며 웃었다.
 
“오빠.”
“응?”
“골반 좀 살짝 돌려 줄래?”
“아……미안.”
 
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살짝 엉덩이를 뒤로 뺐다. 눈치 없게 그녀의 엉덩이 윗 부분을 제 2의 자아가 쿡쿡 찌르고 만 것 같았다. 이런 주책 맞은 놈. 너는 오늘 초박형을 입을 자격이 없다.
 
첫 데이트 소원 들어 주기 프로젝트는 서로를 즐겁게 했다. 우리는 곧장 손을 잡고 사진을 찍으러 갔다. 그제서야 나는 마리의 볼에 얼굴을 맞대고 그녀의 향기를 실컷 맡을 수 있었고, 우리는 정말 누가 봐도 사랑이 넘치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어 각자 나누어 지갑에 넣었다. 사진 속 어색한 표정의 내 얼굴을 놀리는 그녀를 보며, 잠시나마 콘돔을 챙기려고 했던 내 자신이 심하게 쪽팔렸다. 첫 데이트인데 말이다.
 
비록 밥 먹고, 야경을 보고, 사진을 찍은 것이 전부인 단촐한 첫 데이트였지만 우리는 정말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꼭 잡은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그녀의 맨션 앞에 도착해도 바로 들어가지 않고 차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코스가 되어 버린 것처럼, 우리는 한참이나 차 안에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곱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아까 야경을 보다가 흥분을 해버린 사건이 떠올라 민망했지만, 마리는 다행히 그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제 들어가 오빠.”
“싫은데……”
“안돼. 내일을 위해 가서 쉬어야지.”
“아 싫은데.”
“고집 센 남자구나?”
“다른 건 양보해도 그건 싫은데.”
“그럼 나 오늘 이 차에서 자?”
“난 괜찮아.”
“어후 정말!”
 
그녀는 웃으며 나를 툭 하고 쳤다. 나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뽀뽀해주면 아무말 않고 집에 들……”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리는 몸을 틀어 내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춰 주었다. 그녀가 바르는 립글로즈 향과, 그녀의 몸에서 났던 과일향, 그리고 부드러운 감촉이 내게 확 다가왔다가 사라졌다. 급작스러운 입맞춤에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만 크게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됐지?”
“어……마리 그러니까……”
“왜 싫어?”
“좀 길게 한 번만 더해주면 안돼?”
 
그녀는 혀를 삐죽 내밀더니, 조수석 문을 열고 내렸다. 키스도 아닌 뽀뽀 한 번에 확 하고 내 몸은 또 달아올랐지만, 마리는 내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약속 지키는 사람 되야지! 얼른 들어가.”
 
나는 조금 삐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고, 마리는 나를 보며 또 한 번 웃으며 몸을 돌려 현관 쪽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후아!”
 
그녀가 사라지자 마자 나는 시트 속으로 파묻히는 몸을 눕혔다. 아직 까지 느껴지는 그녀의 입술 감촉과 향기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로 가슴이 뛰었다. 나도 이렇게 까지 사람을 좋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내 스스로의 모습에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나도 책에서나 읽던 이런 감정을 느끼기도 하는 구나.
 
-조심히 들어가! 그리고 내일 일어나면 꼭 연락해!-
 
그녀의 메일을 보며, 그리고 그녀가 살고 있는 맨션의, 그녀가 살고 있는 그 집 쪽을 바라보면서, 나는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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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186넓은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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