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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남자들! - 너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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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new rose hotel]

몸이 섞이면 말도 쉬워진다고 했다. 섹스 파트너와 말을 놓지 않는 커플들이 몇쌍이나 될까? 이번 남자는 몇 번이나 몸을 섞었어도 말을 놓지 않는다.

초여름, 출장길에 오르는 길이었다. 내 자리는 창가 쪽, 면세점을 구경하느라 보딩시간이 임박해서야 비행기에 오른 탓에, 이미 내 옆자리 복도 자리엔 승객이 앉아 버렸다. 사납게 생긴 남자가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제길, 비즈니스때문에 비행기 타는데 왜 이코노미를 태워주는 거야. 좁아 터졌는데.

“저..저기 죄송한데, 들어갈게요.”
“아 네,”

자리에 앉고 벨트를 매자마자 이륙을 준비한다는 안내멘트가 나왔다. 눈을 다시 감아버린 옆의 남자를 힐끔 쳐다보곤, 나도 눈을 감아버렸다. 비행기는 이내 이륙했고, 한참 올라온 것 같은데 벨트 사인은 꺼지질 않는다. 조금 비행기가 흔들리는 것 같다. 이윽고 , 대기가 불안정하여 비행기가 흔들릴 테니 벨트를 잘 매고 앉아 있으라는 방송이 나왔다.

그 방송이 나오자 마자 약간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옆의 남자가 조금 상기된 얼굴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 아 네.. 아니 사실 아뇨. 제가 .. 아니..”

불안해 하는 모습에 내가 더 불안했다.

“스튜어디스 불러 드릴까요? 이쪽으로 올 수 있으려나..”
“아뇨, 괜찮..”

오도가도 못하게 방황하는 옆의 남자의 손을 나도 모르게 붙잡았다.

“침착하세요. 괜찮을거에요. 숨 크게 들이마시고....”

바들바들 떨던 손의 떨림도 잦아들고, 숨소리도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물론 비행기도 점점 흔들림이 멈췄다. 다섯 시간 남짓의 비행. 옆의 남자가 내 손을 잡은 채로 잠이 들어 버렸다. 전날까지 야근을 한 터라 나도 까무룩 잠이 들어 버린 건 계산에 없었지만.

비행기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고, 착륙을 하고 비행기 문이 열려서야  옆의 남자는 내 손을 놓아 주었다.

“고맙습니다. 사실 제가 공포증이 좀 있어서. 나중에 사례하겠습니다. 귀국 일정이 어떻게 되실까요?”

웬 사례? 내가 뭘 했다고..

“아뇨.사례는 됐어요.... “
“어느 호텔 묵으시나요? 마중나오는 분 없으시면 모셔다드릴게요”
“H 호텔이요..”
“어, 저도 거기 묵는데. 별일 없으면 같이 가시죠.”

입국 수속을 하고, 짐을 찾는 동안에도 남자는 옆에 있었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하는 동안에도 딱 붙어 있었다. 비행기 안이 아니었지만 왜인지 손을 잡고선 말이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같은 층으로 배정(?)되었다. 멋쩍게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마치 영화처럼,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마자 입술을 찾았다. 누가 먼저랄 것이 없었다. 그냥 둘다 그랬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눈인사를 하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런 시발! 가슴이 왜 이렇게 뛰지? 후아후아 숨고르기를 하는데 벨이 울렸다. 옆의 남자였다.

“어..그러니까...식사할래요? 같이.”

나도 모르게 옆의 남자의 넥타이를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그냥 룸서비스 했지 뭐. 섹스? 콘돔 없어서 안 했다. 진짜-로.

의외로 섹스까지 가기에 시간이 좀 걸렸다. 귀국 후에도 데이트는 몇 번 했고, 키스도 그때마다 했지만 섹스까지 골인하기엔 너무 오래 걸렸다. 첫 섹스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노잼이라서.. 그냥 일반적인 섹스였으니 일단 다른 거 얘기해 주겠다.

어느 금요일이었다. 회식은 아니고 회사 사람들하고 가볍게 마시는 자리였다.

[어디예요?]

[회사 근처에서 동료들이랑 한잔 하고 있어요. 동훈 씨는?]

[이제 퇴근했어요. 여왕씨, 오늘 같이 있어요, 보고 싶어요]

[음? 지금요? 저 이제 막 시작했는데]

[기다릴게요, 우리 매번 보던 그 자리에서,]

우리가 매번 보던 자리, 청계천의 어느 벤치다. 매번 그 자리에서 만나곤 한다.

[아이참, 제가 언제 끝날 줄 알구요..]

[오래 안 기다리게 할 거 알아요, 천천히 즐기다 와요,]

옘병, 내 눈 앞에서 보글대는 모 술집의 닭발이 가지 말라고 손짓했으나, 나는 주섬주섬 챙겨 일어났다.

“오잉 팀장님 어디 가세요?”
“먹고 가, 갑자기 일이 생겼어,”
“남자다! 남자죠!”
“그래 남자다. 다들 먹고 가,이건 내 몫.”

크흡. 물 한모금 값으로 신사임당을 내려놓고 술집을 나섰다. 박동훈. 이건 꼭 내가 청구하고 말 테다. 마침 그 벤치는 내가 있던 술집과는 약 10분 정도 떨어진 곳이다. 편의점으로 달려가, 갑작스런 외박에 필요한 물품들을 주워담고, 그와의 관계에 꼭 필요한 콘돔까지 챙겼다. 어려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이 계산을 하다가 힐끔 쳐다본다. 뭐! 내가 못 살거 샀는가? 뚫어져라 노려보고, 포인트 적립에 통신사 할인까지 마쳤다.

생각해 보니 현재 내 복장은 청계천에 내려가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복장이다. 계단을 내려가기 힘든 펜슬 스커트에, 킬힐까진 아니더라도 높은 구두. 아 하필 오늘 이딴 구두를 신어가지고!!!!! 투덜투덜 궁시렁대며 난간을 부여잡고 바들바들 떨며 계단을 내려갔다.

“크림색.”
“그거 성희롱입니다.”
“내가 내 꺼 보고 말하는게 왜 성희롱입니까?”

사나운 눈빛에 베일듯한 칼주름이 잡힌 수트를 입고, 무표정으로 농담을 건네는 남자가 서론이 무쟈게 길었던 옆의 남자. 오늘의 나의 남자 박동훈이다. 물론 가명.

“여자 팬티 색깔 보고 그게 무슨 색인지 말하는 게 성희롱이죠! 애초에 내가 크림색..”
“전화 끊은 지 20분밖에 안 됐는데 벌써 도착한거 보니까 근처였나보네요. 보자하니 식사도 안 했을 거고,”
“이봐요, 내 말..”
“밥부터 먹죠”

사실 무지 배가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고분고분 먹이를 주려는 이 남자를 따랐다. 적당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난 뒤에, 한강에서 조금 걸었다.

“아. 오랜만에 같이 걸으니까 좋네요.”
“저..전 안 좋은데. 발 아포요 ㅠ.ㅠ”
“어, 여왕 씨 그 표정 다시 지어줘요. 진짜 귀여웠어요.”
“ㅠ.ㅠ 이 표정이요?”
“맞아요! 아 나는 여왕씨 이런 표정이 좋아요.”
“하 참ㅋㅋㅋ 두고 보자고요.”
“네. 여왕씨 두고 보는 거 좋아요.”

두고 보는게 좋다는 게 무슨 뜻이냐면, 이 남자는 침저밖이다. 그게 뭐냐고? 낮저밤이 같은거지 뭐, 침대 밖에서는 이겨먹(?)으려고 하고, 침대에서는 무한적으로 순둥순둥 강아지 같이 돌변하는 , 사실 이 남자. 멜섭이다. 이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닉네임이 여왕이라고 해서,BDSM과 관련이 있을까 하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아니다. 나는 바닐라다. 이 남자는 본인이 멜섭이지만, 내가 팸돔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나에게 가학이라던지, 지배를 원하지 않는다.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받들어준다고 할까? 

예를 들어서, 나는 욕조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일단 욕조가 있는 방에 들어가면 이 남자는 욕조를 먼저 닦은 뒤, 따로 준비한 입욕제를 풀어 목욕물을 받아 놓는다. 내가 욕조에 앉아 있으면 이 남자는 내 머리를 감겨 준다. 화장도 지워 준다(...) 그리고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수건을 둘러 준다. 그리고 머리도 말려 준다, 드라이기를 싫어하는 걸 알게 된 후로부터는 타올 드라이! 정말 지극 정성이다.

사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정말 부담스러웠다. 차차 지나고 나니 익숙(?) 해 진 것도 있고, 뭐 그냥 그렇다. 퉁퉁 부은 발을 마사지해준다. 내 못생긴 발을 한참동안 만지작거리다가 발등에 키스해준다. 말 다 했지.

좋다. 이 상황 자체가 너무 좋다. 내 몸 구석구석 입맞춰주고, 내가 싫어하면 바로 멈춘다. 그리고! 결코 순둥순둥하지 않은 그의 자지는, 언제나 나를 만족시켰다.

그 사람과 열번째로 밤을 보내던 날이었다.

그는 앉아 있었고, 나는 그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쪼물락쪼물락거리고 있었다. 꼬물꼬물 점점 커지는 그걸 보고, 입에 안 갖다 댈 수 없어서, 그에게 처음으로 오럴을 해 줬다. 얼어붙은 것처럼 몸이 경직되길래, 쭙쭙대던 입을 멈추고 그를 올려다봤다. 그 사람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제가 멜섭이라고 하면, 항상 여자들은 제 위에 있었어요. 뺨을 때리기도 했고. 발로 차기도 했고요. 요구만 했어요. 제가 멜섭이라는 걸 밝히고 나서 지금 오럴을 처음 받아 봐요.멜섭이라고 해서 무조건 맞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그 사람들은 항상 절 때리고, 무시하듯 대했어요.근데 여왕씨는..저에게 너무 고마운 존재에요. ”

아 어쩜 좋아, 이 사람. 사랑스럽다. 운 이유가 내가 너무 고마워서랜다. 자기를 무시하지 않아서 고맙다고 했다. 그의 손을 잡고 욕실로 향했다. 따끈한 물이 담겨 있는 욕조에 그를 앉혔다. 앉혀놓고 샤워젤을 듬뿍 짜서 그 사람의 몸을 문질렀다.

“봐요, 동훈씨, 때리는 주인이 있었으면, 나는 케어해주는 주인이 될게요. 쓰다듬어주고, 안아주고, 어, 그러면 나랑 동훈씨랑 캐릭터 겹치나?”
“여왕 씨가 주인이요? 그런거 하지 마요, 그런거 할 줄 모르잖아요. 저는 그냥 여왕씨는 여왕씨면 돼요. 주인이 아니어도 돼요.”

그래서. 동등하다고는 하는데, 동등하지 않는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그는 여전히 내 발등에 입을 맞추고, 내 오럴에 감사해한다. 디엣을 맺은 사람이 있었지만, 더이상 그녀에게 어떠한 마음도 생기지 않아 계약을 종료했다고 한다. 나는 분명히 이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괜찮다고 했다. 나는 나면 된다고 한다.

이 사람과의 섹스는 편안하다. 내가 만족스러운 만큼 이 사람도 만족하게 해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괜찮다고 말해도 그게 다 괜찮은게 아니지 않을까? 몸이 많이 섞였다. 그래도 여전히 그와 나는 상호 존댓말을 쓴다. 반말을 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관계가 끝이 날 것 같다. 뭐,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 존댓말을 쓸 예정이다.

그나저나, 용어를 제대로 쓴 것일지 걱정이다.

공부를 좀 더 해야 할텐데..
여왕
내 꽃 탐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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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해프닝 2018-11-29 01:52:15
머리 감겨 주고, 화장 지워 주고. 생각 못 했던 부분이네요..
야쿠야쿠 2018-11-28 13:12:53
만족시킬 수 없어도 나는 나면 된다고 한다. 이문장이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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